
제목 금융의 지배 : 세계 금융사 이야기 (The Ascent of Money : A Financial History of the World)
저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출판사 민음사
출판년도 2008 (한국 2010)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는 크게 은행, 채권, 주식, 보험, 부동산 금융 등에 대한 역사적인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 등을 차례대로 서술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탐욕의 꿈 : 은행의 탄생>
신용도가 높은 은행을 통해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요즘의 일상적인 금융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그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돈을 빌려주는 행위인 대출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던 고리대금업의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14세기 이탈리아에서 환어음 업무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메디치 가문의 성공으로, 은행의 규모와 기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의 은행 제도는 북유럽 국가들의 모델이 되었으며, 17세기가 되자 사적 금융뿐 아니라 공적 금융을 위해 각국은 독특한 금융 제도를 마련하였다. 상인들이 표준화된 통화로 예금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여 수표와 자동 이체 시스템 제도의 선구자가 된 암스테르담 외환 은행(Wisselbank), 금속 준비금을 초과해 대출 활동을 하여 이후 부분지급준비금 제도의 선구자가 된 스웨덴 중앙은행 리크스방크(Riksbank), 1742년부터 이자를 물지 않는 약속 어음 형태의 은행권 발행을 부분적으로 독점할 수 있었던 잉글랜드 은행. 이 은행들의 세 가지 혁신은 a) 은행끼리 혹은 은행 내부에서 현금 없는 거래 발생, b) 부분지급준비금 제도의 정착, c) 중앙은행의 은행권 발행 독점을 가능하게 하였다.
금, 은, 청동 같은 금속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거래되었던 돈은 은행의 예금 계좌에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돈이거나 법정 화폐였던 은행권이나 주화 등으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 인출로 타격을 입지 않을 만큼 준비금을 유지하면서, 예금 유치와 대출 실행을 통한 예대마진을 극대화하여 이윤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폐와 은행들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통화 팽창을 유도하였다.
<채권의 득세>
채권은 주로 정부와 기업들이 은행 이외의 시장에서 광범위한 사람들과 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과거 채권 시장은 정부의 차입을 위해 시작되었고, 주된 자금 사용 목적은 정부의 전쟁 자금 마련이었다. 19세기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러한 채권 시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기도 하였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그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지나, 전쟁으로 채무국이 패전하거나 영토를 잃게 되면 이자 지급을 못할 위험이 높아지고 기존 채권 가격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급증하면 채권의 연금리를 잠식하게 되는데, 가령 물가상승률이 10%일 때 채권 연금리가 5% 수준이라면 채권 보유자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어 인플레이션 급증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야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1920년대에 '금리 생활자의 안락사'를 예견한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이 국채에 돈을 맡긴 사람들의 종이 자산을 남김없이 삼켜 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 시장에서 채권은 여전히 투자 수요가 많으며, 전 세계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정부 채권이나 기타 확정 이자부 유가증권으로 구성하도록 요구 받고 있다.
<거품 만들기 : 주식>
주식회사는 네덜란드 상인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부터 이윤 높은 아시아의 향신료 무역 독점권을 빼앗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1602년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자본금 응모는 네덜란드 연합 주의 거주자 모두에게 개방되었다. 모금액에는 상한선이 없었으며, 상인, 장인들을 비롯하여 하인들도 지분을 얻으려고 몰려들었다. 대규모의 주식 공모가 발생하자 이후 이에 대한 주식 유통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길거리나 교회 옆 노천 시장에서 비공식적으로 주식이 거래되었으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1608년 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붕을 얹은 공간이 마련되었다. 책에 따르면, 당시 이 증권거래소에서 개장 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사람들이 언성을 높이고 예의와 염치 없이 서로를 밀고 제쳤다고 한다.
1609년에는 암스테르담 은행이 설립되었는데, 네덜란드 은행가들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주식을 채권 담보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으며 주식을 신용 구매할 수 있도록 은행이 대출해 주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주식회사, 증권거래소, 은행을 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 형태가 등장하였다. 21세기의 주식 시장은 1600년 초반 네덜란드 주식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와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주식 시장이 시장 참여자인 인간의 심리(탐욕과 공포 등)를 잘 반영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은 요소이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인간의 기대가 지나친 낙관에서 과도한 비관으로 돌아설 경우 주식 가격은 언제든지 비이성적으로 급락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처음 주식 거래가 등장한 이후 주식 시장의 거품과 붕괴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위험의 도래 : 보험>
모험대차(상선이나 선박 화물에 대한 보험)에 기원을 둔 보험은 상업의 한 갈래로 시작되었으며, 그 당시에는 피보험 대상의 위험을 평가하는 적절한 이론적 기반이 없었다. 하지만, 1660년경 수학자들의 지적 혁신에 힘입어 현대 보험의 이론적 기반(확률, 인간의 통계적 평균 수명, 확실성, 정규 분포, 효용, 추론)이 갖춰지게 되었다. 이후 보험 통계와 금융 원리에 따른 현대식 보험 기금은 1744년에 탄생하였으며, 이를 사실상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은 스코틀랜드 교회의 목사 두 명이었다. 영국 에든버러 올드타운 중심부에 있는 그레이프라이어스의 교회 목사였던 로버트 월리스와 톨부스 교회 목사였던 알렉산더 웹스터는 목사들이 매년 낸 보험료를 사후 처자식에게 지급할 뿐만 아니라, 이 보험료로 기금을 조성하여 이윤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672년 제정된 앤 법(Law of Ann)에 따라 스코틀랜드 교회 목사가 사망하면 부인과 자녀들은 당해 연도 연금의 절반만 지급받았으며, 이후 유가족들은 가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월리스와 웹스터는 보험 기금의 조성과 이윤 투자를 통해 목사의 유가족에게 보험료뿐 아니라 투자 수익까지 지급하여 이러한 유가족들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 계획안을 실행하려면 향후 수혜자의 숫자와 필요한 기금 액수를 정확히 예측해야 했는데, 두 목사는 당시 나름의 계산 방법으로 정확한 계산을 해냈다고 한다. 이후 이러한 형태의 보험 기금들이 많아지고 이들은 점차 일반 보험 및 연기금을 취급하였으며, 오랜 기간 동안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세계 자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기관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절대 안전 자산 : 부동산>
토지나 건물 같이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뜻하는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특히 주택 담보 대출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로 여겨진다. 하지만, 1930년대 이전 미국의 자가 거주 비율은 40% 정도였으며 농가가 아닌 한 주택 담보 대출은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주택 담보 대출은 보통 3년에서 5년짜리 단기 대출이었고 할부 상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공황이 닥친 이후, 루스벨트 행정부는 새로 설립한 '주택 소유자 대출 회사'(Home Owners' Loan Corporation)를 통해 최대 15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을 지원했다. 또한, 1932년에 세운 '연방 주택 대출 은행 이사회'는 '저축 대부 조합'(Savings and Loans) 등을 통해 수취 예금을 주택 구입자에게 빌려 주는 지역 모기지 업체들을 활성화하고 감독하였으며, 모기지 업체들에게 연방 보증 보험을 제공한 '연방 주택 사업국'(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은 주택 구입 가격의 최대 80%, 대출 기한은 최장 20년까지로 하여 전액 할부 상환이 가능한 저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1980년대 투자 은행 '살로몬 브라더스'(Salomon Brothers)의 채권 거래자들은 '저축 대부 조합'들이 보유하고 있던 모기지들을 사들여 이를 모아 새로운 형태의 모기지 담보부 증권(Mortgage-backed security)을 발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증권화(Securitization)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980년과 2007년 사이에 정부 보증 모기지 담보부 증권은 2억 달러에서 4조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주택 모기지 시장의 증권화 비율은 1980년 10%에서 2007년 56%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주택 모기지 담보부 증권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렸으며, 이후 '부채 담보부 증권'(CDOs)으로 재포장되어 AAA 투자 등급 증권으로 변모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서브프라임'(Subprime, 비우량) 모기지 대출에서 발생하였다. 당시 미국 모기지 대출업자들은 주택 담보 대출 비율 100%로 고위험 채무자들에게 닌자 대출(NINZA : No Income No job or Assets)을 해준 뒤 대형 은행에 이를 팔면서 위험을 가장 적게 부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려면, 낮은 이자율 조건, 채무자들의 직업 유지, 부동산 가격의 꾸준한 상승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우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미국 금리 상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이자 연체 현상을 이끌었고 이는 곧 2007년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2007년 초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이상이 생기자 이를 기초로 발행했던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부채 담보부 증권(CDOs)에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쳤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구매했던 헤지펀드들을 비롯하여 은행,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잘 아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사람들이 간과했던 것은 매우 단순한 사실, 즉 '부동산 같은 주택도 가격에 오르내림이 있으며 비유동적인 자산이기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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