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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 2020 제작); 불혹에 필요한 혈중 알코올 농도 0.05%

Borabee 2025. 10. 9. 15:10

 

제목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

제작연도 2020년

제작국가 덴마크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Thomas Vinterberg)

주연배우 매즈 미켈슨(마르틴 역), 토마스 보 라슨(톰뮈 역), 라스 란데(페테르 역), 마그누스 밀랑(니콜라이 역)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4명의 친구들은 이 중 한 명인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니콜라이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노르웨이 심리학자 핀 스코르데루(Finn Skarderud)의 이론을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마르틴에게 굳이 술을 권유한다. 술을 참던 마르틴은 캐비어와 보드카의 조합에서 결국 무너지고 마는데, 술을 마시던 그는 무료하고 열정 없는 직장 생활과 몇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아내와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에 대해 고민을 토로한다. 급 우울해진 마르틴의 텐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친구들은 재즈발레를 하고 촉망받는 역사학자로 성장하고 있었던 마르틴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의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우울감에 빠졌던 마르틴은 그렇게 친구들과 밤새 술을 들이키며 오랜만에 즐거운 밤을 보낸다.

 

출처: 네이버영화

 

<우울한 불혹(不惑)에 찾아낸 치료약; 음주>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인 '불혹(不惑)'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를 뜻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혹'이 된 마르틴, 톰뮈, 페테르, 니콜라이는 오히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이 흐려져 있다. 그들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름 선생님이지만, 그들의 일상은 무료하고 지루하며, 누가 보아도 매우 무기력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듯하다. 불혹에 이른 그들은 누가 보아도 상당히 혼란스럽고 우울해보인다.

 

이 중 특히나 우울감에 빠져있던 마르틴은 어느 날 수업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서 몰래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스미노프 보드카가 몸 속에 들어간 그는 처음에는 혀가 살짝 꼬이는 듯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그 전보다 활발한 분위기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나머지 세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은 핀 스코르데루의 음주 이론(?)을 몸소 실천해보기로 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고,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을 대지 않을 것.

 

어니스트 헤밍웨이까지 소환하며 음주 실험을 정당화한 그들은 바로 실천에 들어간다.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음주 측정기를 휴대하며 약을 복용하듯 술을 가지고 다니며 주기적인 음주를 반복한다. 이후 그들의 학교 수업은 그 전보다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열정이 넘친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에너지를 받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관심도도 함께 매우 높아진다. 마르틴은 차갑게 식어버렸던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하고 행복한 가정 생활을 되찾은 듯 하다. 우울한 불혹에 그들은 드디어 '음주'라는 치료약을 발견했다.

 

출처: 네이버영화

 

<주객전도(酒客顚倒); 술이 내가 될 때 슬픔이 찾아온다>

마르틴은 0.05%를 넘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더 올려보기로 한다.

 

결과는 대성공.

 

역사 수업인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의 수업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고 즐거워 보인다. 이를 목격한 니콜라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현재까지의 실험 단계를 좀 더 높여볼 것을 제안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넘어 각자의 주량에 맞게 음주량을 늘려보자는 것.

 

하지만 여기서부터 뭔가가 어긋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갈수록 술에 취한 그들은 점점 즐거워지나, 그들 주변의 사람들은 점점 불편해지고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가벼운 음주로 활발하고 유쾌해졌던 그들은 어느새 동네 술주정뱅이 아저씨들이 되어 새벽 거리를 활보한다. 그리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골칫거리가 되어버린다. 적당히 술을 마시던 그들은 이제 다름 아닌 술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술에서 깨어난 뒤 그들에게는 숙취와 함께 적잖은 슬픔이 찾아온다.

 

출처: 네이버영화

 

<무료해진 삶에서 찾아야 할 것은, 술이 아닌 잊고 살아온 주변의 소중한 것들>

갓 스무살을 마주한 청춘들도, 갓 마흔살을 마주한 불혹의 아저씨들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10년의 시작 앞에서는 알 수 없는 기대와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술은 이러한 사람의 불안함을 덜어주고 때로는 근거 없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술 기운이 사라진 뒤 이성이 스스로를 다시 가득 채우고나면,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 새로운 시작, 어나더 라운드 앞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술이 아닌 그동안 잊고 살아온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일평생 고생하는 간이 힘써 해독할 술보다는 나은 것이 아닐까.

 

출처: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