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
장르 액션/드라마
제작연도 1999년
감독 데이빗 핀처
주연 배우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현대 소비 사회에 찌들어버린 남자들의 극단적인 원초적 본능 추구와 엇나간 저항>
늦은 밤 웃통을 벗고 지하실에서 이유 없이 치고박는 파이트클럽 회원들은 현대 사회에서 도망친 원시인들 같다.
그들은 어쩌다 이 풍족하다는 현대사회에서 '초토화 작전'이라는 허무맹랑한 일까지 벌이게 되었을까.
<6개월간 불면증에 시달린 주인공>
영화 내내 이름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주인공은 6개월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자동차 리콜 심사관이라는 그의 직업에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하루종일 잠이 부족한 멍한 상태로 회사를 다닌다. 정신과에 찾아가 불면증 약이라도 달라는 그에게 의사는 불면증이 죽을 병은 아니라며 '고환암' 환자들 모임에라도 나가보라 한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으니 감사히 살아라, 라는 의도였겠지만,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펑펑 울며 서로를 안아주는 '고환암' 환자 모임에 나간 주인공은 회사와 사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모임에 간 날은 이상하게 잠을 푹 자게 되고, 그는 일주일 내내 각종 암 환자들 모임에 고정으로 참석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어느 새 '환자 모임'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정체성의 전환; 현대 소비 사회에 충실한 스스로를 파괴하다>
주인공은 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 옆 자리에서 '타일러 더든'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무려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한 타일러 더든은 계속 이상한 말들을 내뱉는데, 주인공은 그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비누 회사를 한다는 그의 명함을 받고 헤어진 주인공은 아파트 1층에서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한다. 그의 집이 불타고 있는 것. 한 순간에 잘 곳이 없어져버린 그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타일러 더든에게 전화를 건다.

술 한 잔 하고 헤어지려던 주인공에게 타일러 더든은 집에서 재워달라고 연락한 것 아니냐며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하라 다그친다. 대신, 자기 집에 가기 전에 자기 얼굴을 때려보라고 말한다. 주저하던 주인공은 타일러 더든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리는데, 그 때부터 꽤나 꼴사나운 육탄전이 시작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매우 즐거워 보인다.
주인공이 타일러 더든의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살게 된 이후부터, 둘은 처음 함께 술을 마셨던 술집 앞에서 밤마다 치고박고 싸우는데 이상하게 구경꾼들이 모여들고 어느샌가 술집 지하에 야간 모임이 만들어진다. 그 이름은 제목 그대로 원초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파이트클럽'. 밤마다 술집 지하에 모여든 '파이트클럽' 회원들은 정해진 모임 규칙에 따라 1대1로 웃통을 벗고 싸움을 한다. 매우 즐겁게. 그리고 이 모임의 창시자는 다름 아닌 주인공과 타일러 더든 두 사람이다.

타일러 더든을 만난 이후 주인공의 정체성은 서서히 바뀌어 간다.
그는 과거에 강박적으로 계속 그의 집을 이케아 신제품 가구들로 채웠으며, 사실상 이케아 가구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굳이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계속 소비하였으며, 어느새 그가 꾸며놓은 집 안이 그를 나타내는 곳이 되어버린다. 어떻게 보면 그가 지겨워하는 직장도 단순히 그의 소비를 위한 것이며, 그는 현대 소비 사회에 맞춰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여태껏 소비한 물건들로 가득찬 집이 불타버리고 타일러 더든을 만난 이후, 그는 다 쓰러져가는 타일러 더든 집에 얹혀 살고 소비는 잊은 채 밤에 파이트클럽에서 싸우는 생각만 한다. 주인공은 현대 소비 사회에 충실한 스스로를 파괴하고 점점 원시사회 수렵인과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듯하다.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저항>
타일러 더든의 주도 아래 성황을 이루던 파이트클럽은 미국 타지역에 여러 지부까지 생기게 된다. 추종자들이 늘어나며 아저씨들 동호회 같던 파이트클럽은 어느새 타일러 더든을 중심으로 지하 비밀조직의 구색을 갖춘다. 파이트클럽의 회원들은 타일러 더든의 지시와 규율 아래 요상한 비밀 임무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일명 '초토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사전 임무들과 같다.
'초토화 작전'은 신용카드회사 건물 같은 현대 소비사회의 주동적인(?) 역할을 하는 상징적 존재들을 무너뜨리는 동시다발적 테러로, 이는 파이트클럽 회원들의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엇나간 저항을 나타낸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전히 심한 불면증에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도 헷갈리는 주인공은 어느새 '초토화 작전'에 열을 올리는 파이트클럽에 혼란스러워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타일러 더든이 나타나기 전 영화는 현대 사회의 무기력하고 허무함에 찌든 직장인 남성의 모습을 주인공의 나레이션 등을 통해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싶을 때 쯤 어? 이 놈은 또 뭐하는 놈이지 싶은 타일러 더든이 나타나고, 영화는 타일러 더든이라는 신기한 인물의 명대사(?)들과 일탈로 꽉차게 진행된다. 그의 넘쳐나는 훈계를 듣고 있다보면, 스마트폰의 신용카드 앱을 켜고 지난 달 카드값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소비하기 위해 일하는 존재인가?
You're not how much money you have in the bank. You're not the car you drive. You're not the contents of your wallet. You're not your fucking khakis. You're the all-singing, all-dancing crap of the world.
- 타일러 더든의 영화 속 대사 (출처: 나무위키) -
우리는 그저 노래하고 춤추는 세상의 쓰레기일 뿐, 은행 잔고, 몰고다니는 차, 지갑에 들어있는 것이 우리가 될 순 없다는 것으로 해석... 되는 듯...
* crap (네이버 영어사전)
1. 허튼소리, 헛소리
2. 쓰레기 같은 것
3.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4. 똥을 누다 (=defecate)
We've all been raised on television to believe that one day we'd be millionaires and movie gods and rock stars. But we won't. We're slowly learning that fact. And we're very, very pissed off.
- 타일러 더든의 영화 속 대사 (출처: 나무위키) -
우리는 티비 앞에서 언젠가 우리가 백만장자나 유명한 영화배우 또는 락스타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자랐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천천히 배우고 깨닫게 되는데 이 점은 우리를 아주 아주 빡치게 만든다. 정도로 해석... 되는 듯...

<반전은 알고 보는 게 더 재밌는 것 같기도...>
영화 파이트클럽은 큰 반전이 있지만, 그 반전을 알고 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반전을 알고 보면 영화 초반부터 가끔씩 거슬리는 장면이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반전에 대한 복선과 단서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지경까지 와 버린 주인공이 다는 이해가 안 가지만, 아주 조금은 공감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타일러 더든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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