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아논(Anon, 2018)
감독 앤드루 니콜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가 영국
주연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클라이브 오언
<Anonymity is the enemy>
넷플릭스 영화 아논은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감시되고 익명성이 사라진 사회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제목인 아논(Anon)은 익명성을 뜻하는 anonymity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포스터 이미지에 기재된 'Anonymity is the enemy'라는 문구를 볼 때 개인의 익명성이 적대시되는 영화 속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과거 '가타카(1997)', '인타임(2011)' 등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앤드루 니콜 감독은 아논에서는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기록되는 미래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다 기록되고 감시되는 사회>
영화 아논 속 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눈은 심안이라는 장치로 되어 있어 눈을 뜨고 보는 것들은 모두 기록되고 이러한 데이터들은 '에테르'라 불리는 네트워크에 공유된다. 이렇게 공유된 사람들의 시각적 기록들은 경찰과 같은 수사 기관이 각종 범죄를 해결하는 것에 주로 사용된다. 영화 속 주인공인 형사 '살 프리랜드' 또한 이러한 심안을 통해 범죄 수사를 한다. 피해자나 용의자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다가도 결국에는 그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상대방의 시각적 기록을 보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이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수사를 위해 총을 맞은 채 혼자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마지막 기록을 살펴보니 피해자의 시점이 본인 시점이 아닌 가해자 시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시각 기록을 살펴봐도 가해자의 얼굴은 알 수 없어 살 프리랜드의 팀은 혼란에 빠진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살해 당시 피해자의 심안이 해킹을 당했다는 것이다. 살 프리랜드 팀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모두 신원을 알 수 없는 어떤 여자와 시각 기록 삭제에 대한 거래를 한 뒤 살해당했음을 밝혀낸다. 이에 살 프리랜드는 그 신원 미상의 여자를 찾기 위해 본인이 직접 미끼가 되어 해커들에게 기록 삭제를 의뢰한다.
여러 시도 끝에 여자 해커(아만드 사이프리드 역)를 찾은 살 프리랜드는 약혼녀에게 들키지 않게 본인이 창녀와 잤던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의뢰한다. 해커는 창녀와 잤던 기록을 삭제하고 그 시간대에 과거 다른 기록을 갖다 붙이는데 업무를 끝낸 후 해커 자신에 대한 시각적 기록도 삭제한 채 사라진다.

<증강현실과 네트워크 연결의 시각화를 보는 재미>
영화 아논의 이야기 구조는 그리 복잡하진 않다. 사람들의 시각적 기록을 감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 질서를 통제하는 정부 기관 쪽인 살 프리랜드 형사, 이러한 정부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익명성과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해커. 각자 자신의 과거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그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고 실제 이야기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것 같다.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산뜻하게 출발하는 영화의 도입부와는 달리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다소 미지근하게 끝나는 감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러한 서사의 단단함이나 개연성이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심안을 통해 길거리의 사람들이나 건물의 정보를 자동으로 볼 수 있는 증강현실의 시각적 구현은 매우 흥미롭다. 심안이 있다면 더 이상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색하게 이름, 나이, 직업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순간 과자 봉지 뒤를 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상세 정보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증강현실 구현이 가능한 것은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들의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인데 심안을 통해 바라보는 시점에서 네트워크 망이 커다랗게 펼쳐지는 네트워크 망의 시각화는 잠시나마 1인칭 시점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준다.
<연결과 공유의 범위>
영화 아논은 '블랙미러' 시즌 1(2011)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당신의 모든 순간'과 소재가 유사하다. '당신의 모든 순간' 같은 경우 개인의 기록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지는 않아 정부 기관에 의해 자신의 시각 기록이나 개인 정보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각자가 보는 시각적 기록들은 저장이 되어 언제든 다시 재생할 수 있고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보여줄 수 있다. '당신의 모든 순간'과 아논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실은 저장되는 정보는 사람의 시각적 기록이지 기억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고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기억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적 기록은 사진이나 영상처럼 있는 그대로 담겨진 사실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이러한 사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영화 아논에서처럼 해킹 등에 의해 조작되어 새로운 사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더 무서울 수 있는 사회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 속에서 구현된다. '공각기동대'를 보면 인간의 신체가 기계화되어 심지어는 뇌까지도 전뇌화를 하게 되는데, 여기에 무한한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작용하면서 사람의 전뇌가 해킹되고 조종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회 질서와 안정을 위해 개인의 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결국 개인이냐 사회냐로 귀결되는 이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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