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반도(Peninsula , 2020)
장르 액션/드라마
감독 연상호
주연 강동원(정석), 이정현(민정)
2016년에 제작된 한국 좀비 영화 '부산행(2016)'의 후속작인 영화 '반도'는 영화 속 배경과 동일하게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개봉하였다.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2016)'이 '반도' 전에 개봉하기는 했었으나, '서울역'은 '부산행' 직전 시점을 다룬 만큼 '부산행' 결말 이후에 대해서 '반도'가 어떤 식의 스토리를 보여줄 지 상당히 기대가 됐다. 무엇보다도 한국 좀비 영화가 일종의 시리즈물처럼 제작된 것에는 상당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해외 영화 중에서는 기존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나 '28일 후' 시리즈가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킹덤(2019)'이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모았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재밌게 보았지만, 정식으로 극장 개봉된 영화는 아니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국내 좀비 시리즈물에서 영화 '반도'의 무게감은 꽤 있는 편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부산행' 이후 4년, 한국의 상황>
'부산행'에서는 부산이 유일하게 안전한 지역으로 묘사되며 영화가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 부산은 어떻게 됐을까,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존했을까. 이러한 점들이 궁금했으나 부산의 상황은 영화 초반에 아주 짧고 간단하게 지나간다. 결국 부산도 좀비들에 의해 점령 당하고 한국은 국가 기능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데, 이후 한국 사람들은 해외 각국으로 난민처럼 탈출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얼마 안 가 감염 확산을 두려워 한 해외 국가들에 의해 차단 당한다. '반도'의 주인공 강동원은 과거 누나, 매형, 조카와 함께 배편으로 한국 탈출을 시도했으나, 감염된 승객으로 인해 누나와 조카를 잃고 가까스로 매형과 홍콩에 눌러 앉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불결한 '반도놈'들로 차별 받으며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갱단이 그들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서울에 가서 돈이 가득찬 트럭을 찾아오면 그 돈의 절반을 주겠다'라는 것. 그렇게 강동원의 '반도'행이 시작된다.

<'반도'와 '부산행'의 다른 점>
액션과 속도감의 향상
'반도'는 '부산행'에서 보여졌던 다소 투박한 액션과 속도감이 비교적 화려해지고 빨라졌다고 생각된다. '부산행'은 KTX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야구 방망이와 군용 방패를 들고, 심지어는 맨주먹으로 좀비와 싸웠다. 하지만 '반도'는 장비가 화려하다. 총도 그냥 권총 수준이 아니다. 연막탄에 야간 투시경까지. 좀비들을 헤드샷으로 원샷 원킬하고, 화려한 자동차 액션으로 좀비들을 시원하게 밀어버린다.
공간의 확장?
'반도'는 '부산행'에 비해 배경이 되는 공간 자체가 크게 확장되었다. '부산행'은 사실상 기차 안, 기차역 내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영화였다. 이 때문에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람과 좀비 간의 긴장감, 사람과 사람 간의 긴장감이 산만하지 않게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는 영화 제목 자체가 그렇듯이 남한 전체가 배경이 될 수 있다. '부산행' 이후 좀비들에 의해 점령된 남한의 어느 곳이나 주요 배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는 그 배경으로 서울의 오목교를 선택한다. 돈이 든 트럭이 오목교 부근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트럭이 영화 후반까지 오목교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반도'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은 오목교와 인천항 주변에 불과한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차라리 폐허가 된 서울이나 부산 중심부에 트럭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인공의 다소 맥빠진 목적 의식
'부산행'에서 주인공들의 목표는 아주 단순하다. KTX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무사히 가는 것이다. 공유는 자신의 딸을 부산에 있는 전 와이프한테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이 목적이고, 마동석은 임신한 자신의 아내와 함께 부산을 가는 것이 목적이다. 주인공들은 각자 지켜야하는 존재를 위해 좀비들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이 과정에서 인간과 좀비간의 싸움이 처절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해외 영화인 '월드워Z(2013)'를 보면,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가 단순한 선의에서 백신의 실마리를 찾으러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닌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들이 UN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조건에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백신의 실마리를 찾으러 다닌 것이다.
그렇다면 '반도'는 어떨까. 강동원은 단순히 돈을 얻기 위해서 홍콩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매형이 있다. 과거 누나와 조카를 지키지 못한 강동원은 이제 하나 남은, 사실은 남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가족인 매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매형은 비참한 홍콩 생활을 반전시키기 위해 순진하게도 돈이 든 트럭을 찾으러 서울행을 택한다. '부산행'에서 딸을 무사히 부산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기차를 탔던 공유처럼, '반도'에서 강동원은 매형을 지켜주기 위해 홍콩에서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영화 결말부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강동원은 매형이 아닌 이정현의 딸을 품에 안고 열심히 뛰고 있다.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는 좀비의 비중>
좀비 영화는 초중반부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좀비들과 그 속에 포위되는 사람들의 공포감, 그리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아슬아슬함 만으로도 긴장감과 스릴감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속 좀비들은 대부분 말을 하지 못하고 의사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 전개는 사람들간의 갈등이나 동질감, 협력 같은 것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영화 내내 좀비만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좀비가 계속 죽고 주인공은 계속 살아남는 모습을 보다보면 좀비가 점점 약해져 보이는 착각도 든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도 그렇고 한국 드라마 '킹덤'도 그렇지만, 시즌 초반에서는 좀비의 등장 비중이 높다가 회차가 뒤로 갈수록 사람들의 등장 비중이 높아진다.
'반도'의 경우 한 편의 영화이지만, 어떻게 보면 '부산행', '서울행'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전 편에서 나타나지 않은 좀비들의 새로운 특성이나 유형들이 등장하지 않는 한, 좀비와의 싸움만으로 극을 마무리하기는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점에서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캐릭터, 스토리 적인 부분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부각되거나 하는 점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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