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가타카(Gattaca, 1997)
감독 앤드류 니콜
주연배우 에단 호크, 우마 서먼, 주드 로
제작연도 1997년
장르 SF
인간의 한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의 의지.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가 사회 신분이자 계급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선천적으로 정해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유전자에 의해 상품화된 인간.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나뉜 보이지 않는 신분 제도>
때는 갓 태어난 아기의 DNA 유전자만으로도 기대수명,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 주요 지병 등 향후 신체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사회이다.
영화의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실수로(?) 부모님의 자연 임신으로 태어났으며, 태어나자마자 '30대 나이에 요절, 높은 심장 질환 가능성' 등을 선고 받는다. 불안한 빈센트의 부모는 이번에는 인공수정 임신을 선택하고, 의사의 컨설팅(?) 아래 몇 개의 수정체 중 성별과 신체적 우수성을 고려하여 한 개를 선택하여 출산을 한다. 이렇게 빈센트의 동생인 '앤톤'이 태어나는데, 앤톤은 기대수명도 길고 심장도 튼튼하며 신체적으로 빈센트에 비해 우월한 유전 형질을 타고 난다. 유전자 정보만을 본다면 동생인 앤톤이 형인 빈센트에 비해 정신적, 신체적 형질이 훨씬 우월하다.
이러한 빈센트와 앤톤 형제의 차이는 이미 영화 속 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는데,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인간과 인공수정을 통해 선별적으로 태어난 인간은 각각 '적격자(Valid)'와 '부적격자(Invalid)'로 나뉘어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였다. 마치 판매 등급이 나뉘어지는 상품처럼.
<선천적인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인간의 기대감>
빈센트의 꿈은 우주 비행사다. 하지만 근시에다가 심장도 약하고 30대에 죽을지도 모르는 빈센트에게 부모는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그 꿈을 버리라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빈센트는 동생인 앤톤과 점점 신체적인 차이를 느끼게 된다. 두 형제는 어릴 때부터 가끔씩 하던 놀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해변가에 가서 맨몸으로 수영을 해서 가장 멀리까지 갔다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었다. 심장이 약했던 빈센트는 매번 동생 앤톤에게 지기만 했고 그렇게 다 큰 청년이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 수영 대결에서 놀랍게도 빈센트는 앤톤을 이기고 중간에 정신을 잃은 동생을 구해주기까지 한다.
선천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라 여겼던 '적격자'인 동생을 '부적격자'인 빈센트가 이긴 것이다. 자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얻은 빈센트는 집을 떠나 자신의 꿈이 있는 '가타카'로 향한다.
<제롬을 만난 빈센트. '빌린 사다리'가 되다.>
'부적격자' 취급을 받는 빈센트는 지원한 회사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지게 되고,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가타카'로 향하지만 그 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부 일이 전부였다. '가타카'의 정식 사무 직원들과 청소부들. 명확히 나뉘어진 신분 차이의 현실 앞에서 빈센트는 결국 선을 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돈을 주고 '적격자'의 유전자를 빌려 '적격자' 행세를 하는, 일종의 신분 세탁 같은 것이며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사람을 '빌린 사다리'라고 부른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제롬(주드 로)'을 만나게 된다. 제롬은 뛰어난 수영 선수였으나 예상치 못한 차 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그는 빈센트가 자신의 신분으로 위장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혈액과 소변, 머리카락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빈센트는 제롬의 '적격자' 신분을 빌려 꿈에 그리던 '가타카'에 너무도 쉽게 취업하게 되고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의 비행사로 선발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름 가타카의 청소부로 일했던 빈센트를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제롬의 증명사진과 머리 모양을 비슷하게 하고 안경도 벗고 나름 위장을 했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못 알아볼까 싶긴 하다. 하지만 '적격자' 신분인 우월한 유전자의 소유자 '제롬'이 '부적격자'인 빈센트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적어도 '가타카'에는.

<신분이 탄로 날 위기 속 빈센트는 우주로 갈 수 있을까?>
'타이탄' 행 우주선 출발이 임박한 어느 날, 비행을 반대했던 감독관이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유전자가 발견될만한 모든 것을 찾기 위해 진공 청소기가 동원된다. 그리고 현장 근처에서 부적격자의 머리카락이 발견되는데 머리카락의 주인은 빈센트로 밝혀진다.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가타카 안에 '빌린 사다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부적격자를 찾기 시작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궁지에 몰리는 빈센트는 초조해져만 가지만, 나름 그러한 와중에도 직장 동료 아이린(우마 서먼)과 데이트도 하고 할 것은 다 하는 것 같다.
<유전자로 결정된 인간의 운명. 순응하는 자와 도전하는 자>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선천적인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본인들의 운명과 그러한 사회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적격자'들은 자신들만의 우월감에 빠져있고, 열위한 유전자를 가진 '부적격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제롬의 경우 다리를 못 쓰게 되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도 과거 수영 대회에서 받았던 2등 메달을 놓지 않는다. 자신의 우월한 선천적 유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롬의 현실은 신체적으로 부적격자인 빈센트보다 열위한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30대의 나이에 죽을 것이라던 빈센트는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 있다. 선천적인 유전 형질에 따른 기대수명, 예상 질병 등은 영화 초반에서 확률로 표현되는데, 만약 빈센트가 요절할 확률이 90%였다고 해도 10%의 확률로 장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100% 절대적인 운명이 아닌, 어떻게 될 지는 확실하게 모르는, 하지만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은 운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운명에 순응하고 있다. 물론 빈센트는 달랐다.
빈센트와 앤톤은 굳이 어두운 밤에 다시 한 번 수영 대결을 하는데, 이번에도 빈센트가 앤톤을 이긴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앤톤에게 빈센트는 이야기 한다.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앤톤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빈센트와 앤톤 모두 자신의 한계를 잘 알지만 빈센트는 앤톤과 달리 그 한계에 도전한다.
<가타카는 유전자로 결정된 신분 사회의 축소판>
영화 가타카는 밝은 톤보다는 어두운 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부정적인 미래 사회를 그리는 SF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빈센트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가타카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보이지 않는 신분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청소부였던 빈센트가 엘리트 사무 직원이 되어 타이탄 행 우주 비행사로 뽑히는 것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인간의 의지를 잘 나타낸다. 하지만 빈센트는 이러한 사회의 틀까지 깨지는 못한다. 그는 제롬의 적격자 신분을 빌려 '빌린 사다리'로서 자신의 꿈을 이룬다.
영화 후반부에서 몸을 빌려주어 고마웠다는 빈센트와 꿈을 빌려 주어 고마웠다는 제롬의 대화는 아름답지만, 제롬의 몸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제롬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빈센트의 한계는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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