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비바리움 (Vivarium, 2019)
감독 로르칸 피네간
출연 이모겐 푸츠(젬마), 제시 아이젠버그(톰), 몰리 맥캔, 조나단 아리스
비바리움은 비현실적인 배경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한다. 배경과 색채는 만화나 그림 같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영화 속 젬마와 톰은 연인 관계로, 둘이 함께 살 집을 알아보던 중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욘더'라는 교외 작은 주택 단지를 구경하러 간다. 도심에서 다소 거리는 있지만 집도 깔끔하고 심지어 아기 방도 꾸며져 있는, 있을 것은 다 있는 공간. 두 사람이 마당을 구경하러 간 순간 부동산 중개업자인 마틴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다. 마침 잘 됐다 싶은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욘더'를 빠져나가려 하는데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가 없고 결국에는 처음 소개 받은 9호 집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차 기름도 다 떨어지고 두 사람은 결국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욘더'에서의 새 집 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집을 보러 간 순간 미끼를 물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마틴은 약간 어딘가가 이상하다. 친절한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말투도 그렇고 대화를 하는 방식도 그렇고 뭔가 사회화가 덜 된 사람처럼 느껴진다. 마틴은 젬마와 톰에게 집을 구경시켜주면서 무의식적으로 젬마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고, 결정적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있으신가요?"
아이는 없다고 말하는 젬마와 톰. 그들이 마당을 구경하러 잠시 나간 사이 마틴은 사라져 버린다. 함께 살 집을 찾고 있던 젬마와 톰 만큼이나, 마틴도 이 집에 살 사람들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욘더'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아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 같은데, 마틴도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주민을 가둬버리다니 너무 한 것 같다. 젬마와 톰은 이 동네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9호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를 다 기르면 풀려난다>
다소 절망에 빠져 있던 두 사람 앞에 종이 박스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벌거벗은 갓난 아기가 들어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이건 뭐냐..." 라는 느낌이지만, "애기 귀엽네" 라는 감정도 살짝 보여진다. 아기가 배달된 박스에는 '아이를 다 기르면 풀려난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젬마와 톰은 비로소 누군가가 자기들을 이 마을에 가둬놓고 탈출을 위한 미션을 줬음을 실감하는 것 같다. 약간 생뚱맞긴 하지만 두 연인은 하루 아침에 새 집과 아기가 생겼다. 갑자기 일반적인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젬마와 톰의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갓난 아기는 90일 정도 지나자 '나홀로집에(1990)' 케빈처럼 커버린다. 하지만 좀처럼 말도 잘 안 듣고 아침에 일어나서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괴성을 질러댄다. 그리고 무언가 마음에 안 들 때면 시도 때도 없이 괴성을 지르고 해결해주면 괴성을 멈춘다. 우는 것과 괴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나을까.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친구는 젬마를 끊임 없이 엄마(마더)라고 부르며 엄마의 말투, 행동, 습관 등을 열심히 따라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틴과 머리 스타일, 복장이 똑같은 걸 보면 마틴의 숨겨진 아기인가 의심까지 들지만, 마틴은 그 이후 한 번도 나타나질 않는다.

아기를 다 키우면 풀려난다는 메시지 하나만을 믿고 아기를 키우던 두 사람은 점점 육아(?)에 지쳐가고 톰은 가끔씩 마당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푼다. 어찌된 일인지 아이가 커갈수록 젬마와 톰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의견 차이가 생겨나고 처음 집에 왔을 때보다 관계가 소원해진다. 톰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마당에서 하루종일 땅을 파고 젬마는 집에서 아이와 조금씩 가까워 진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아이가 커갈수록 젬마와 톰 두 사람은 심신이 지쳐가고 점점 병들어간다는 것이다.
처음 '욘더'를 찾아 집을 구경하던 희망찬 두 연인은, 그들이 바라던 그럴싸하게 생긴 새 집을 얻고, 아이가 생겨 일반적인 것처럼 보여지는 가정을 이룬 뒤부터, 절대 나갈 수 없는 이 집에 갇혀 급격하게 정신 건강이 늙어 간다.
<누가 그들을 가뒀나>
비바리움(Vivarium)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말하며, 대부분 특정한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을 작은 규모로 만들어 작은 생태계처럼 보이게 한다."고 한다. (출처: 위키백과)
비바리움의 뜻을 알고 보면, 젬마와 톰은 '욘더'라는 '비바리움'에 갇힌 실험체들 같다. 그들은 아이가 있는 일반적인 가정의 삶을 보여주고 있고, 누군가는 그 삶을 지켜보기 위해 그들을 가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들을 가둔 것일까? 젬마와 톰은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에 의해 납치되어 '욘더'에 갇힌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 집에서 같이 살고자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갔고 거기서 마틴을 만났다. 가정을 이루려는 시작은 젬마와 톰에게서 시작되었고, 그러한 가정이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결론적으로는 그들을 병들게 하였다.
<가정을 이루는 것이 스릴러가 되는 순간>
영화 후반부에서 젬마와 톰이 각자 내뱉는 대사들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무섭게 다가온다. 아이가 사라지자 젬마는 톰에게 아이를 봤냐고 묻는데 톰은 마당에서 땅을 파면서 한 마디 한다.
"이곳에서 우리도 사라졌어."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서 젬마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대체 뭘까?"
젬마와 톰은 '욘더'에 갇힌 이후 무엇을 했을까. 이 둘은 이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각자 열심을 다한 듯 하다. 젬마는 아이를 길렀고 톰은 마당에 땅을 파며 탈출구를 찾았다. 그 사이 아이는 성인으로 자랐고 젬마와 톰은 지치고 병들어버렸다. 활기차게 같이 살 집을 찾아보던 젊은 연인들은 이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이를 다 기르면 풀려난다."
영화가 끝나고나면 이 멘트가 얼마나 무서운 말이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싶지만. 중요한 건 이 영화가 SF 스릴러라는 것이다. 리얼리티가 가미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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