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거대 SNS,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폐해와 이것들이 현재 사회에 끼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이라 한다면 다큐 내에서 언급되는 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구글, 핀터레스트, 레딧 등 유명 인터넷 기업들을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셜 딜레마'의 내용이 9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높은 몰입도와 흡입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직접 출연해 인터뷰 형식으로 문제점들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부자 폭로 같은 느낌이랄까.
<소셜미디어의 상품이 되어버린 이용자들>
SNS, 소셜미디어의 특징은 이용자(User)들이 기본적으로 서비스 이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가지만, 그들이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돈은 없다. 이러한 소셜미디어에 돈을 지불하는 실제 고객은 사실상 플랫폼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이다. 이러한 '소셜 딜레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셜미디어의 사업모델은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 가령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이용자들을 플랫폼 안에 장기간 머무르게 하여, 광고 노출 효과를 높이고 광고주들이 지불할 광고단가를 높여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소셜미디어의 사업모델과 수익구조를 이렇게 단순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용자들의 검색 등 활동 데이터들이 소셜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사업 원천 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이러한 이용자 데이터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당 플랫폼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주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광고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User라는 이용자들은 무료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검색, 메일, 메시지, 사교(?) 활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그들의 활동 데이터는 사실상 플랫폼에 지불할 수 있는 일종의 사용료나 대가가 아닐까. 무엇이 맞건간에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의 이용자들이 이미 플랫폼의 상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상점 주인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많이 확보할수록 더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길들여지는 사람들>
'소셜 딜레마'는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체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의 감정과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각자 계정으로 로그인하여 마주하는 화면은 동일한 것들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해당 이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이용자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성격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들의 대부분이 그렇고 그것이 효율적인 것은 맞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모든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다 스크린해가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기는 매우 귀찮고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유튜브의 신박한 추천 알고리즘을 따라 난파선에 탄 조난자처럼 의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영상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2019.11)'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Chief Product Officer)인 닐 모한(Neal Mohan)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이용자들의 시청 시간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Roose, 2019.3.29.)라고 밝혔다 한다. 70%라는 숫자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선택과 영상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그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을 스크린하지 못하고 심지어 추천까지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2019.11)'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필터 버블은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2011년 출간한 책 'The Filter Bubble'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플랫폼에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필터(추천 알고리즘)의 추천 정보만 접한 이용자가, 관심이 없거나 본인의 의견과 다른 콘텐츠를 보지 못한 채 버블 속에 갇힐 수 있음을 나타낸다.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념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다른 정치 성향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접하고 토론할 기회를 없애므로 사회를 이념적으로 갈라놓아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Pariser, 2011)고 한다. 이러한 우려는 뉴스 콘텐츠의 추천에서 특히 큰 문제가 되는데, 해당 영역에서 필터 버블이 심해질 경우 사회의 정치적인 양극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사실상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며, 다양한 의견 개진의 장이라 생각됐던 인터넷 공간은 커다란 두 축으로 나뉘어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드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에 로그인하여 첫 화면만 봐도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을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무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더 편협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나타나는 폐해들>
'소셜 딜레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들을 한 가족의 이야기(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10대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가족이나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고 SNS,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상에서 형성됨에 따라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개인의 선택과 활용의 중요성: 기술의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소셜 딜레마'에 출연한 소셜미디어 기업 출신 인사들은 자신들의 전 직장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는 낳고 있음을 시인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뭔가 명확한 해결책이라고 할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미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우리의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점점 사회 시스템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의 기능과 그 기술이 주는 장점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통한 무수히 많은 정보 접근성, SNS의 연결 및 소통 기능, 모두가 콘텐츠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창작 환경 등. 기술의 장점은 참 많지만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길들여져 오히려 더 개인적이고 좁은 세상만 보게 된다면 그것은 문제인 것 같다.
과거 인터넷 초기에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토론이 이루어져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와 이용자들이 원하는 미디어나 정보만 선별해 보면서 기존에 이용자가 가지고 있던 성향만 강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기대가 동시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 와서 보면 두 가지 기대 모두 현실이 된 것 같다. 결국은 이것을 사용하는 개인의 활용 방향과 선택이 중요한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다큐에서 한 사람은 인터뷰를 통해 10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설명하면서, 흔히 말하는 Gen Z(Generation Z;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 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 출처: 네이버 영어사전)들이 소셜미디어와 그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훈련되고 길들여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큐는 후반부에서 인공지능에 붙잡힌(?) 사람들이, 마치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 나온 갇혀있는 인간 전구들처럼 무한하게 많아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러한 표현은 어린 세대들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올바른 활용법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참고자료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https://www.kpf.or.kr/) 연구보고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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